아름다운, 필리핀♡/필리핀, 하루이야기

필. 튼튼한 발목 삔 이야기

사랑스런,♡ 2019. 9. 26. 17:12

오늘은 필리핀에서 발을 삔 이야기다.

2016.12.5(월)

저녁을 먹고, 마사지를 받으러 걸어가던 중 오른쪽 발목을 접질렸다.

저녁이었고, 인도와 차도 사이에 도로포장이 똑바로 되어있지 않았다..

발을 접질리는 순간 우두둑 소리가 들렸고, 바닥에 발을 댈 수 없을 만큼 그 상태로 정지.

옆에 있던 오늘의 신랑과 바로 택시를 타고 응급실로 갔었다.. 

3일 동안 발을 못딛이고, 깽깽이로 다녔다.

그럼 병가를 내고 쉬면 되었을 법한데도 그때는 내 눈 앞에 일이 많아 보여서 쉴 수가 없었다..

함께 일했던 사람들도.. 아플 때 쉬라고 하지 않고, 나와서 일해야 하는 거라며 다들 왜 그렇게들 일을 했을까..

 

12월 22일(목) _그로부터 보름이 더 지나고

어느 정도 걷게 된 나는 압박붕대를 감고 목, 금 1박 2일 일정으로 

농민조직 심사와, 사업 부지 사전 답사를 위해 마을에 방문했다.

 

고지대의 특성상, 관개시설이 어렵고 천수답에 의존하다 보니

특정 부지에 빗물을 고이게 간이 저수지를 만들어 인근 농장에 관수하도록 하겠다는 건데.. 

계속 사람들이 산을 타기 시작했다.. 

이걸 안가볼 수도 없고.. 약간의 무리를 느끼며 산속에 밭들을 계속 넘어 올라갔다..;

부지를 확인하고 돌아오는 길.. 내려오는 길은 올라갈 때의 높이보다 더 높다.. 

내 다리 높이의 흙 계단들을 밝고 올라갔다면, 내려올 땐 다리가 바닥에 다이지 않으니 점프?를 해야 했다.;;

점프를 하는 순간 그 발이 다시 우둑 소리가 났고 움직일 수가 없었다.

이장 아저씨와 지방정부 사람들은 다리가 아픈데 왜 말을 안했냐며 난감해했고.. 

나는 앤드류와 이장아저씨 등에 업혀서 마을까지 내려왔다.. 

정비 안된 산길과 밭두렁이다 보니.. 부축을 해서 한 발로 딛고 내려올 형편이 아니었다.

그렇다 나는 무겁다..

두 명이서 교대로 아주 몇 발자국 못 가서 쉬고 쉬고 쉬고를 반복해서 차있는 곳까지 어렵사리 내려왔다. 

사람들이 하도 권유를 해서 Patnongon 군에 마사지 잘한다는 집으로 갔다.

할아버지가 오일로 살살 마사지를 해주긴 했는데.. 

아픈데 자꾸 발을 이제 디뎌보라고~ _-;; 1도 도움이 안되는 것 같은 기분..

이장 아저씨는 풀을 뜯어와서는 붙이라고 건네주셨다..

첫 번째 발목을 접질리고 폭풍 검색으로 나는 얼음찜질과 압박이 중요하다고.. 배웠는데

그들은 얼음찜질을 못하게 했고, 

일로일로 병원에 데려가 달라니까 마사지를 받았으니 병원에는 오늘 가면 안되다는데..

참.. 일로일로 복귀까지 3시간이 넘도록 차 안에서 뭔가 모를 서러움이 밀려와서 계속 울었다.

 

2019.2.18(월)

3월 1일 행사로 정신없이 뛰어다닐 때,

기증식 리허설 회의를 위해 농업부 관계자들에게 출발시간을 알려주러 내려갔다가.

농업부.. 매일 출근하던 농업부 건물 정문에서.. 그리 높지도 않은 5cm 높이에서 발을 접질려 슬라이딩을 대자로 했다.

너무 부끄러워서 바로 일어나 앉았으나, 일어날 수는 없었다.. 이번엔 왼쪽 발.. 

근처에 사람들이 의자들 들고 오더니 나를 가마 태워 로비 소파에 앉게 해 주었다.

아픔보다는 밀려오는 부끄러움과, 일이 산더미인데 나는 또 민폐가 되겠구나 싶은 미안함..;

우리 팀은 모두가 빵 터지고, "미스 문 또 다리 삐었어" "또???""라고 모두가 웃으며 얼음과 붕대를 들고 와줌.. 

그 발로.. 타이레놀 먹고 회의하고.. 3/1일 행사도 절뚝거리며 잘 마쳤다..

지난번에 비해 덜 심하게 접질리기도 했고, 이때 받은 윤 박사님의 마사지 덕이 좀 컸던 것 같다.

 

이렇게 나는 필리핀에서 아주 튼튼하던 내 발목을 양쪽 다 잃었다.. _ㅜ

아직도 아빠 다리하고 앉거나, 마사지받을 때 발목이 아픔.. _ㅠ;

정말 몸 고생 마음고생 ㅋㅋ 

나 예전에 라오스에서 벌에 쏘였을 때, 볼거리 걸렸을 때, 사람들이 풀 붙이라고 했었는데.. ㅎㅎ

풀 뜯어주는 거 진짜 재미있는 것 같다.. ㅎ